1. 들어가는 말

지난 8월경 본 칼럼을 통하여 필자는 불효자방지법의 도입 시도와 관련하여 현행 민법의 규정 및 관련 판례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한편 최근 대법원에서는 자녀가 효도를 조건으로 부모로부터 증여를 받은 후 오히려 불효를 저지르자, 부모의 증여계약 해제 주장을 인정하여 받은 재산을 반환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에 소개해드린 사례와 최신 판례를 비교하여 다시 한번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2. 지난 사례의 경우

첫 번째 경우입니다.

노부부는 평생을 고생하여 마련한 과수원을 비롯하여 모든 재산을 아들에게 미리 물려주었고, 당연히 아들이 자신들을 봉양할 것이라고 기대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어려서부터 귀하게만 자라온 터라 부모님으로부터 받는 일에만 익숙했고, 재산을 미리 물려받은 후에는 봉양은커녕 10년이 넘도록 고향에 내려가보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화가 난 갑 할아버지와 을 할머니는 아들을 상대로 과수원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노부부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민법 55612호는 부양의무가 있는 자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증여자는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법 5562항은 이러한 해제권은 해제원인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6개월 내에 행사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민법 558조는 이미 증여계약을 이행한 부분은 해제될 수 없다고 정하고 있구요.

결국 갑 할아버지 내외가 아들이 자신들을 봉양하지 않은지 10년이 지나도록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이상 과수원은 아들 것으로 남게 됩니다.

두 번째 경우입니다.

노부부는 평소 자신을 따르던 조카에게 자신들의 노후를 돌보고 사후 제사봉행을 해줄 것을 약속 받고 과수원을 넘겼습니다.

그러나 조카는 과수원을 받은 후에는 병 할아버지 내외를 전혀 찾아보지 않았고, 백내장으로 입원했을 때에도 문병조차 오지 않았습니다. 10년을 참던 병 할아버지 내외는 조카에게 자신들을 돌보지 않을 것이라면 과수원을 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조카가 자신을 무시하자 병 할아버지 내외는 조카를 상대로 과수원의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청구소송을 냈습니다.

첫 번째 경우와는 조카인지 아들인지만 빼고 모두 같은 사건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법원이 노부부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번째 사례에서 문제되었던 민법 55612호의 부양의무는 민법 974조에 정한 부양의무, 즉 직계혈족이나 생계를 같이 하는 친족간 부양의무에 관한 것이라고 보아 병 할아버지의 조카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는 상대방의 부담이 예정된 부담부증여로 민법 561조에 의하여 쌍무계약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쌍무계약의 경우, 상대방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한쪽 당사자는 의무이행 최고 후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계약 중 이미 이행된 부분에 대해서도 계약해제와 원상회복을 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두번째 사례의 노부부는 조카를 상대로 증여계약을 해제하고 과수원의 소유권이전등기말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3. 최근 사례의 경우

노부부는 2003년말 아들에게 20억 원 상당의 단독주택을 물려주며 효도각서를 받았습니다.

각서는 같은 집에 살며 부모를 충실히 부양하고, 제대로 모시지 않으면 재산을 모두 되돌려 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뻔한 스토리와 비슷하게 아들은 노부부를 제대로 모시기는커녕 함께 살면서도 식사도 같이 하지 않았습니다. 허리디스크를 앓는 모친의 간병도 따로 사는 누나와 가사도우미에게 맡겼습니다.

거기에 아들의 막말까지 이어지자, 결국 노부부는 아들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청구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례는 언뜻 먼저 소개해드린 첫번째 사례와 비슷합니다.

이미 10년이 지난 증여시점과 수증자가 아들이라는 점에서 매우 비슷하지요.

그러나 결정적으로 이 사건에는 효도각서가 등장합니다.

대법원은 유씨의 아들이 쓴 각서에 충실히 부양한다라는 문구가 있는데, 이는 부모자식 간의 일반적 수준의 부양을 넘어선 의무가 계약상 내용으로 정해졌다는 것이라고 보아, 노부부의 증여에 대한 반대급부로 아들의 구체적 부양의무가 규정된 부담부증여인 이상 쌍무계약의 규정이 적용되므로 증여자인 노부부는 수증자인 아들의 계약상 의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해제를 할 수 있다고 본 것이지요.

결국 이 사건에서 효도각서가 작성되지 않았다면 지난 번 소개드린 첫번째 사례와 마찬가지로 노부부는 가슴만 치고 말았을 것입니다.

 

Posted by 법무법인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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